목양칼럼
미국 시골의 한 작은 교회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추수감사절 예배 중에 한 할머니가 앞으로 나와서 낡은 헌금봉투를 드렸는데 그 안에는 단돈 87센트가 들어 있었습니다. 할머니는 농사를 망쳐 가장 힘든 한 해를 보냈지만 “하나님께 받은 은혜가 너무 커서 이 작은 것이라도 진심으로 감사의 표시로 드리고 싶었다”고 고백하였습니다. 그 진심 어린 마음에 교인들은 깊은 감동을 받았고 그해 교회는 물질적인 수확보다 믿음의 깊이를 배우는 해가 되었습니다. 이 87센트의 헌금은 어떤 풍성한 예물보다 값진 영혼의 진실함을 담은 예배였습니다. 그녀의 감사는 환경에 굴복하지 않는 살아있는 믿음의 증거를 보여주었습니다.
우리는 때때로 ‘감사’를, 일이 잘 풀린 것에 대한 조건적인 결과물로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러나 진정한 감사는 소유의 크기가 아니라 마음의 태도에서 시작되는 신앙의 고백입니다. 할머니의 이야기처럼 우리가 감사를 드릴 이유를 찾아 헤매는 것이 아니라, 먼저 감사하기로 결단할 때 우리 삶을 향한 하나님의 은혜와 섭리가 새롭게 보이게 됩니다. 하나님께서는 우리가 드리는 감사의 양이 아닌 그 안에 담긴 ‘믿음의 깊이’와 ‘진실한 마음’을 귀하게 보십니다. 감사는 모든 것을 주관하시는 하나님의 주권을 인정하는 행위입니다. 이 감사의 고백이 있을 때 우리의 영혼은 비로소 세상의 조건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습니다.
올 한해를 돌아볼 때 우리의 삶에 고난과 시련이 있었다 할지라도 그 모든 시간 속에서 하나님의 손길은 결코 멈춘 적이 없습니다. 감사는 바로 그 사실을 기억하고 신뢰하는 믿음의 가장 아름다운 표현입니다. 감사는 우리의 시선을 부족함에서 하나님께서 이미 주신 은혜로 옮겨 줍니다. 우리가 누리는 숨, 가족, 교회 공동체, 그리고 기도할 수 있는 믿음의 자리까지 이 모든 것이 무조건적인 은혜의 선물입니다. 고난의 때에 드리는 감사는 우리의 믿음을 정금처럼 단련시키는 영적인 보루가 됩니다. 이처럼 범사에 감사할 때 우리는 하나님께서 베푸신 구원의 은혜를 매 순간 경험하게 됩니다. 이것이 바로 ‘관계의 감사’입니다.
오늘 추수감사주일, 우리가 하나님께 드릴 수 있는 가장 값지고 큰 예물은 바로 ‘모든 상황 속에서 드리는 관계의 감사’입니다. 할머니의 87센트 같은 작은 고백일지라도, 그 감사는 하나님 앞에서는 가장 귀한 예배가 됩니다. 풍성한 열매보다 더 아름다운 것은 감사로 무르익은 우리의 마음입니다. 우리 모두가 범사에 감사하며, 특별히 하나님께서 나의 하나님이 되어주신 것을 기억하며 관계의 감사로 하나님께 나아갑시다. 관계의 감사로 채워진 심령이야말로 주님께서 거하시는 가장 아름다운 성전이 될 줄로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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