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단풍의 절정기인 10월의 끝자락입니다. 강원도 산간지방을 시작으로 붉게 물들기 시작한 단풍은 우리 교회 앞 가로수 길에서도 알록달록 아름답게 물들어가고 있습니다. 우리에게는 해마다 이렇게 온천지를 수놓는 단풍이 자연스럽게 여겨지며 이 단풍을 바라보면서 계절이 지나가고 있음을 느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전 세계 어디에서나 단풍을 볼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단풍은 가을철에 낮과 밤의 온도 차이가 심한 곳에서만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남반구에서는 남아메리카 일부 지역에서 그리고 북반구에서는 동아시아 지역, 유럽 남서부와 북아메리카 동북부 지역에서나 볼 수 있는 정도입니다. 그러므로 이제부터는 단풍을 보면서 그냥 무덤덤하게 지나치지 마시고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허락하여 주신 놀라운 선물임을 깨달아 진정으로 감사의 마음을 가져보시기를 바랍니다.

사실 단풍이 드는 이유는 나무들이 춥고 건조한 겨울을 대비하기 위함입니다. 이제 곧 겨울이 다가오면 나무들은 당장 생존에 필요한 수분이 부족하게 됩니다. 그래서 가을이 깊어지면 나무들은 잎과 잎자루 사이의 조직을 딱딱하고 굳어지게 만들어서 줄기에서 잎으로 지나는 수분의 통로를 막습니다. 건조한 겨울을 지내기 위해서 나무가 스스로 수분의 함량을 낮추는 것입니다. 그동안은 나뭇잎에 있는 엽록소가 광합성작용을 함으로써 나무를 푸르게 만들었는데 수분의 통로가 끊긴 나뭇잎에서는 더 이상 엽록소가 광합성작용을 하지 못하게 됩니다. 그때 기다렸다는 듯이 엽록소 뒤에 가려져 있었던 다른 빛깔의 물질들이 앞으로 나오면서 은행나무는 노란색, 단풍은 빨간색, 참나무는 갈색 등 개성에 따른 색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단풍잎은 나무를 살리기 위해서 스스로 수분의 통로를 차단하여 자기 자신을 희생하는 것입니다. 단풍에게서 발견할 수 있는 놀라운 사실이 한 가지 더 있습니다. 단풍의 색깔을 빨갛게 만드는 물질은 안토시아닌이라는 색소인데 단풍잎이 그 수명을 다하여서 땅에 떨어지면 이 색소는 흙 속에 있는 뿌리로 스며듭니다. 그렇게 안토시아닌은 나무의 뿌리를 감싸서 해충으로부터 나무를 보호하는 데 큰 역할을 하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단풍은 낙엽이 되어 썩어지면서까지 나무를 살리고 지켜내는 고귀한 역할을 감당하는 것입니다.

어쩌면 이렇게도 단풍잎은 예수님의 마음을 쏙 빼닮았는지 모르겠습니다. 자신을 희생하여 나무를 살리는 단풍은, 우리를 살리기 위하여 십자가에서 희생하신 예수님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줍니다. 단풍이 물들어 가는 이 아름다운 가을을 지나며 예수님의 은혜를 깊이 생각하고 묵상하여서 진실로 예수님을 따라 아름다운 인생을 살아가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