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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양칼럼

"물들어 가는 계절"
2025-10-24 16:55:09
관리자
조회수   26

가을이 되면 산과 들이 서서히 색을 바꿉니다. 여름 내내 푸르던 나뭇잎이 서서히 붉고 노랗게 변해가는 과정을 사람들은 “물들어 간다”고 표현합니다. 참 멋지고 아름다운 말입니다. ‘물들다’는 것은 어느 날 갑자기 바뀌는 것이 아니라 시간이 스며들어야 하는 것입니다. 햇살과 바람, 그리고 낮과 밤의 온도 차 속에서 천천히 변화가 이루어집니다. 하나님께서 지으신 자연은 그렇게 조용히, 그러나 확실하게 변화를 완성해 갑니다. 그리고 그 모습은 영적인 삶과 무척이나 닮아있습니다.
신앙의 여정 또한 ‘물듦’의 과정입니다. 처음 믿음을 가졌을 때는 푸른 나뭇잎처럼 생기가 넘칩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우리는 하나님을 아는 지식과 사랑 안에서 점점 성숙한 색깔로 변해갑니다. 단풍이 햇살을 받아 붉게 물들 듯 성도는 하나님의 은혜를 받아 마음이 변하고 삶의 방향이 달라집니다. 그 변화는 결코 단번에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때로는 고난의 바람을 맞고 상실의 비를 견디며 하나님 안에서 서서히 물들어 갑니다. 믿음이 성숙한다는 것은 더 많이 아는 것이 아니라 더 깊이 하나님의 색으로 스며드는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종종 물드는 과정을 두려워합니다. 변화는 불편하고, 익숙한 색을 잃는 것이 두렵게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하나님의 손에 물드는 것은 잃어버림이 아니라 회복입니다. 세상의 빛깔에 물들어 있던 우리를 하나님은 다시 자신의 색으로 물들이십니다. 그분의 사랑이 우리 마음에 스며들면 우리의 말과 생각, 행동과 습관이 조금씩 달라집니다. 세상이 요구하는 경쟁과 욕심의 색을 벗고 하나님의 자비와 온유의 색으로 변해갑니다. 이것이 성화(聖化)의 과정이며, 신앙인의 참된 삶의 모습입니다.
가을의 단풍이 절정을 이루는 순간 산 전체는 아름다움으로 빛납니다. 다양한 나무들이 저마다의 방식으로 물들지만 결국 멋지고 찬란한 빛깔의 조화를 이룹니다. 마찬가지로 하나님의 은혜에 물든 성도들의 삶이 모일 때 교회는 세상 가운데 가장 아름다운 빛을 드러냅니다. ‘물든다’는 것은 소멸이 아니라 완성이며, 하나님의 형상을 닮아가는 성숙의 여정입니다. 우리의 인생이 하나님의 사랑에 물들어가길 간절히 소망합니다. 분노 대신 온유로, 절망 대신 소망으로, 자기중심 대신 하나님 중심으로 천천히 물들어가는 삶... 그렇게 우리 존재의 빛깔이 하나님께 스며들 때 세상은 그 안에서 하나님의 영광을 보게 될 것입니다. 이 아름다운 계절에 부단히 영적인 빛깔로 내 삶을 곱게 물들여서 착하고 충성된 종이라 칭찬받는 구미교회 성도들이 되시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축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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