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양칼럼
오늘은 24절기 가운데 열네 번째 절기인 처서(處暑)입니다. 처서는 글자 그대로 ‘더위를 처분한다’는 뜻입니다. 아직 한낮의 햇볕은 뜨겁지만 아침저녁으로 불어오는 바람에서는 조금씩 계절이 달라지고 있음을 느낍니다. 아무리 뜨거웠던 여름도 때가 되면 물러가고 가을은 자연스럽게 자신의 자리를 찾아옵니다. 우리가 서두른다고 계절이 빨리 바뀌는 것도 아닙니다. 여름은 자신의 시간을 다 보내고 때가 되면 조용히 가을에게 자리를 내어줍니다. 이런 모습을 바라보면 하나님께서 세상을 다스리시는 섭리가 참 오묘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계절이 바뀌는 모습을 보면서 하나님의 은혜를 생각해 봅니다. 은혜는 내가 애써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먼저 베풀어 주시는 것입니다. 내가 잘했기 때문에 주어지는 것도 아니고 모든 준비를 마쳤기 때문에 찾아오는 것도 아닙니다. 내가 알지 못하는 순간에도 하나님께서 먼저 준비하시고 일하시는 것이 은혜입니다. 우리는 여름을 가을로 바꿀 수 없듯이 하나님의 은혜도 우리의 노력으로 만들어낼 수 없습니다. 다만 우리에게 베풀어주시는 그 은혜를 발견하고 감사하며 살아가는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자꾸만 모든 것을 내 힘으로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내가 더 열심히 기도하고 더 많이 수고해야 하나님께서 나를 돌아보실 것처럼 생각합니다. 물론 우리의 수고와 순종은 소중합니다. 하지만 그보다 먼저 기억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우리의 수고보다 하나님의 은혜가 먼저였다는 사실입니다. 가만히 돌아보면 내가 애써서 얻은 것보다 선물처럼 주어진 것이 더 많습니다. 오늘이라는 하루도 그렇고 곁에 있는 사람들도 그렇습니다. 힘겨운 순간에 누군가의 도움을 받기도 하고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하나님께서 나를 도우셨구나’ 깨닫게 되는 순간도 있습니다. 돌아보면 이미 우리에게 주어진 것들 가운데 은혜 아닌 것이 없습니다. 은혜는 그렇게 우리가 알아차리기 전부터 우리 곁에 와 있습니다.
그러므로 처서의 계절에 우리의 마음도 돌아보았으면 좋겠습니다. 지금 지나고 있는 시간이 힘들다고 해서 이 계절이 영원히 계속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야 합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성실하게 하되 내가 할 수 없는 것까지 붙들고 염려하지 않아도 됩니다. 하나님께서 정하신 때가 되면 계절이 바뀌듯 우리의 삶에도 새로운 때가 찾아오는 것입니다. 지나간 계절은 감사함으로 보내고 지금의 계절은 믿음으로 살아가며 아직 오지 않은 계절은 하나님께 맡깁시다. 계절이 바뀌는 것도 은혜이고 새로운 계절을 기다릴 수 있는 것도 은혜입니다. 오늘도 하나님의 은혜를 바라보며 감사와 평안으로 살아가시는 성도님들 되시기를 축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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