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양칼럼
며칠 전까지만 해도 숨이 턱 막힐 만큼 무더웠습니다. 밖에 잠시만 서 있어도 땀이 흐르고 언제쯤 이 더위가 끝날까 싶을 정도로 뜨거운 날들이 계속되었습니다. 그런데 9월에 들어서면서 아침저녁 공기가 달라졌습니다. 문을 열고 밖으로 나서면 제법 선선한 바람이 불어옵니다. 하늘도 한층 높아졌습니다. 나무들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초록색이었던 잎사귀들도 조금씩 빛깔을 바꾸고 있습니다. 우리가 미처 알아차리지 못하는 사이에 가을이 찾아오고 있는 것입니다. 계절은 참 정직합니다. 봄에 싹을 틔운 나무는 여름의 뜨거운 햇볕을 견디고 때로는 거센 비바람도 맞습니다. 그렇게 하루하루를 견디며 자란 나무는 가을이 되어 자신이 지나온 시간을 열매와 빛깔로 보여줍니다. 어느 날 갑자기 단풍이 만들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의 인생도 이와 같습니다. 하루하루는 별다른 변화가 없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같은 일을 하고 같은 사람들을 만나며 반복되는 일상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신앙생활도 마찬가지입니다. 말씀을 읽고 기도해도 당장 큰 변화가 보이지 않는 것처럼 느껴질 때도 있습니다. 그러나 보이지 않는다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날마다 말씀을 가까이하고 기도의 자리를 지키며 작은 일에 순종했던 시간들이 우리 안에 쌓이고 있습니다. 힘들 때 하나님을 의지했던 믿음, 내 마음대로 하고 싶을 때 참았던 순종, 미워하고 싶을 때 용서하려고 애썼던 사랑이 쌓입니다. 그러한 하루하루가 모여 우리 믿음의 빛깔을 만들어 갑니다.
그렇다면 우리의 마음에는 무엇이 쌓이고 있는지도 돌아보아야 합니다. 우리의 마음에는 늘 좋은 것만 쌓이는 것이 아닙니다. 좋지 않은 불평을 쌓으면 불평하는 사람이 되고, 염려를 쌓으면 염려가 마음을 지배하게 됩니다. 미움을 계속 품으면 그것이 우리의 말과 표정과 행동을 통해 드러납니다. 사람은 결국 마음에 쌓아 둔 것을 밖으로 드러내며 살아가기 때문입니다. 2026년도 어느덧 가을의 문턱에 서 있습니다. 이제 잠시 걸음을 멈추고 자신의 삶을 돌아보며 스스로 질문하면 좋겠습니다. 올해 내 마음에는 무엇이 가장 많이 쌓이고 있나요?
이 아름다운 계절 가을에 우리의 마음에 좋은 것을 많이 쌓으시면 좋겠습니다. 날마다 말씀을 마음에 담고, 작은 일에도 감사하며, 기도의 자리를 지킵시다. 사랑해야 할 사람을 더 사랑하고 용서해야 할 사람을 용서합시다. 오늘의 작은 믿음과 순종이 당장 눈에 띄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쌓이면 하나님께서 보시기에 아름다운 믿음의 빛깔이 될 것입니다. 2026년의 가을이 그저 계절 하나가 지나가는 시간이 아니라 우리 안에 무엇을 쌓으며 살아가는지 돌아보고 하나님 안에서 더욱 아름답게 익어가는 시간이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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