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양칼럼
가을이 깊어지고 어느덧 11월이 시작되었습니다. 거리를 물들이던 단풍은 이제 낙엽이 되어 발밑에 쌓입니다. 나무는 왜 그토록 아름답게 물든 잎을 끝내 떨어뜨릴까요? 그것은 잎을 통해 빠져나가는 수분을 줄이고 추운 겨울을 견디기 위해서입니다. 나무는 봄부터 여름까지 자신을 무성하게 하였던 그 잎을 끝까지 붙잡아 두지 않습니다. 때가 되면 잎을 떨구고 새로운 계절을 준비합니다. 우리 눈에는 쓸쓸한 풍경으로 보이지만 나무에는 생명을 지키기 위한 지혜가 담겨 있습니다. 낙엽이 흩날리는 이 계절에 우리의 마음에도 내려놓아야 할 것이 무엇인지 돌아보게 됩니다.
우리의 마음에도 좀처럼 떨구지 못하는 묵은 잎들이 있습니다. 지나간 일에 대한 후회와 서운함, 이루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 아직 오지 않은 날에 대한 불안입니다. 이런 마음을 오래 붙잡고 있으면 이미 받은 은혜마저 보이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사도 바울은 “아무것도 염려하지 말고 다만 모든 일에 기도와 간구로, 너희 구할 것을 감사함으로 하나님께 아뢰라”(빌 4:6)고 권면하였습니다. 감사는 염려가 사라진 뒤에 드리는 고백이 아니라 염려 속에서도 하나님의 은혜를 기억하는 믿음입니다. 지나간 일보다 지금도 우리를 붙드시는 주님을 바라볼 때 감사의 자리가 넓어집니다.
이러한 감사의 눈으로 돌아보니 우리 교회의 지나온 시간도 새롭게 다가옵니다. 올해 우리는 창립 40주년을 맞아 함께 축하하고 서로를 격려하는 뜻깊은 시간들을 가졌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진정으로 기념해야 할 것은 40년이라는 세월 자체보다 그 시간 동안 우리를 붙드시고 인도하신 하나님의 은혜입니다. 수많은 변화 속에서도 예배의 자리를 지키게 하시고 다음 세대에 믿음을 이어가게 하셨습니다. 사무엘이 하나님의 도우심을 기억하며 에벤에셀의 돌을 세웠듯이 우리도 여기까지 인도하신 은혜를 기억해야 합니다.
이제 한 해의 마지막을 향해 걸어갑니다. 무엇을 더 이루어야 할지 생각하기 전에 지금까지 무엇을 받았는지 먼저 헤아려 보면 좋겠습니다. 마음에 남아 있는 아쉬움과 걱정을 하나님께 맡기고 그 자리에 감사의 기억을 하나씩 채워 보십시오. 지켜 주신 일상과 함께 예배드릴 수 있는 은혜, 서로를 위해 드린 기도와 따뜻한 격려까지 돌아보면 감사의 이유는 생각보다 너무나 많습니다. 나무가 잎을 내려놓아 다음 계절을 준비하듯 우리도 후회와 불안을 내려놓고 주님이 주실 새로운 날을 소망하기를 원합니다. 지나온 은혜를 기억하며 이 가을, 감사의 열매를 풍성히 맺으시는 성도님들 되시기를 축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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